기다릴 수 있는 능력
성공을 원한다. 성공 이후의 삶을 그려본 적도,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목표를 묻는다면 성공이라고 답할 것이다.
성공은 남들과 다른 결과다. 더 나아지는 것은 성장일 수 있지만, 성공이라는 말은 결국 비교 속에서 생겨난다.
다른 결과에는 차이가 필요하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방식으로 판단한다면, 결과 역시 크게 다르기 어렵다.
그 차이가 복제되면 성공은 지속되지 않는다. 특별했던 것은 곧 평범해지고, 우위가 사라지면 결과도 다시 평균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복제하기 어려운 차이가 필요하다. 기술과 지식은 언젠가 퍼지지만, 따라 하는 과정 자체가 고통스러운 능력은 쉽게 퍼지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능력은 복제하기 어렵다. 무엇이 옳은지 아는 것과 불안과 욕망을 견디며 그대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기다림이다. 애매한 기회를 거절하고 시간과 집중력을 남겨두는 것, 그러다 정말 비대칭적인 기회가 왔을 때 크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기다림은 어렵다. 매우 어렵다. FOMO라는 말이 생긴 것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감각을 견디는 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미래를 볼 수 없다. 지금 눈앞에 놓인 기회는 구체적이지만, 아직 오지 않은 기회는 막연하다. 그래서 현재의 기회는 실제보다 커 보이고, 미래의 가능성은 실제보다 작아 보인다. 돈이 걸리면 기다림은 더 어려워진다. 주식시장은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가격이 떨어지는 시간을 견디기는 어렵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돈에는 비교적 초연한 편이지만, 기회에는 집착한다. 남들보다 성공할 기회를 놓칠까 봐 늘 창업 아이디어를 살피고, 여러 가능성을 기웃거리며, 더 빨리 졸업하려 한다.
주변에서도 준비보다 기회를 먼저 얻으려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나 기회는 만나는 것만으로 잡히지 않는다. 충분한 실력을 쌓은 뒤 한 번의 중요한 기회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많은 기회를 만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조급함이 언제나 나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움직여도 성공할 수 있다. 인생에는 운이 크게 작용하고, 나쁜 판단이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과만으로 판단의 질을 평가할 수는 없다. 성공했다는 사실이 당시의 선택이 합리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기다림 또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다림이 할 수 있는 것은 확률을 높이는 일뿐이다. 기다리는 동안 실력을 쌓고, 판단 기준을 선명하게 만들고, 시간과 자원을 보존한다면 다음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진다.
기다림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다. 미래가 왔을 때 그것을 잡을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인생은 결국 확률 게임이다. 조급하게 베팅하더라도 맞히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급함을 언제나 틀린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크게 걸면 크게 얻을 수 있다. 동시에 크게 잃을 수도 있다. 베팅의 크기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고, 결과의 폭을 키울 뿐이다.
그러나 인생이 확률 게임이라면 한 번의 결과만큼이나 게임에 계속 남아 있을 확률도 중요하다. 한 번의 실패로 다음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아무리 기대수익이 커도 나에게는 좋은 베팅이 아닐 수 있다.
나에게 인생은 그런 베팅을 쉽게 걸기에는 너무 소중하다. 특히 시간은 잃으면 되돌릴 수 없다. 이미 쌓아온 실력과 경로,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내가 베팅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은 결코 작지 않다.
어쩌면 나는 지나치게 안전을 지향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신중함인지 두려움의 합리화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큰 베팅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내 인생을 걸어도 좋을 만큼 확률이 기울어진 순간까지 기다리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