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결국 수수료 사업이 된다

토큰은 AI의 원가를 측정하는 단위이지, AI가 만들어낸 가치를 측정하는 단위가 아니다.

같은 양의 토큰으로 사소한 이메일을 작성할 수도 있고,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도울 수도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전혀 다르지만, 지금의 AI 기업은 둘에 거의 같은 가격을 부과한다. AI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데 사용한 계산량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전기와 비슷하다. 전력회사는 같은 1kWh가 전등을 켜는 데 사용되었는지, 수십억 원짜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었는지 구분하지 않는다. 전기는 막대한 가치를 가능하게 하지만, 그 가치 자체를 가져가지는 못한다.

AI도 인프라로만 남는다면 마찬가지다. 사회 전체가 AI를 사용하게 되더라도 모델 기업은 토큰 가격만 받을 수 있다. 모델의 성능은 계속 좋아지고 토큰 가격은 경쟁으로 내려간다. AI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커지는데, 정작 그 가치를 만든 기업의 이익률은 낮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AI의 진짜 비즈니스 모델은 답변을 생성하는 것에서 일을 끝내는 것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여행 일정을 추천하는 AI는 토큰을 판매한다. 항공권과 호텔을 실제로 예약하는 AI는 거래를 만든다. 고객 문의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는 AI는 소프트웨어이지만, 문의를 완전히 해결하는 AI는 인건비를 절감한다. 코드를 작성하는 AI는 사용량을 팔지만, 버그를 고치고 배포까지 완료하는 AI는 결과를 판다.

결과를 통제할 수 있게 되면 가격의 기준도 달라진다. 사용한 토큰 수가 아니라 완료된 예약, 해결된 문의, 절감된 비용, 증가한 매출에 가격을 매길 수 있다. AI 기업은 토큰당 몇 달러가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

결국 이것은 수수료 사업이다.

기존의 수수료 사업자는 거래의 경로를 장악함으로써 돈을 벌었다. 카드사는 결제를 통과시키고, 여행사는 예약을 연결하며, 광고 플랫폼은 구매 의도를 판매자에게 연결한다. AI가 추천을 넘어 검색·비교·협상·구매까지 수행한다면, 이제 거래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경로는 AI가 된다.

다만 누가 수수료를 지불하느냐는 중요하다. 판매자가 수수료를 지불하면 AI는 가장 좋은 상품이 아니라 가장 많은 수수료를 주는 상품을 추천할 유인이 생긴다. 지금의 검색 광고와 같은 구조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사용자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거나 AI가 절약한 금액의 일부를 가져간다면, AI의 이익은 사용자의 이익과 가까워진다.

결과에 가격을 매기는 일은 토큰에 가격을 매기는 것보다 어렵다. 어떤 결과가 AI 덕분인지 측정해야 하고, 실패의 책임도 일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 변화는 결과가 명확한 영역에서 먼저 일어날 것이다. 구매가 완료되었는지, 고객 문의가 해결되었는지, 비용이 실제로 절감되었는지는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든 AI 기업이 이 구조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반 모델을 제공하는 기업은 계속 토큰을 판매하는 전력회사에 가까울 수 있다. 반면 고객의 업무와 거래를 직접 수행하는 AI는 그 위에서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다. 가장 좋은 모델을 만든 기업과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기업이 반드시 같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AI 산업의 경쟁은 결국 누가 더 많은 토큰을 생성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결과가 만들어지는 순간의 실행권을 차지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AI가 만든 가치만큼 돈을 벌기 위해서는 토큰이 아니라 결과를 팔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