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라는 선택지

내가 원하는 성공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적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인정이다.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돈 때문에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한 일로 이름이 알려지고 존중받는 상태를 원한다.

둘은 서로 영향을 준다. 경제적 자유는 더 긴 호흡의 연구와 더 큰 도전을 가능하게 하고, 이름과 신뢰는 다시 더 좋은 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가져온다. 결국 하나만 얻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인정을 이루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본업에서 압도적인 성취를 이루는 것이다. 연구자라면 한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그 결과로 중요한 자리를 맡는 방식이다.

최근의 가장 좋은 예는 박홍근 하버드대학교 교수다.1 그는 양자·나노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로, 하버드 화학과와 물리학과에서 25년 넘게 연구했다. HCR 상위 1% 연구자이자 최연소 호암상 과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삼성은 2025년 그를 26년 만의 외부 출신 SAIT 원장으로 영입했다.2 연구를 아주 잘해서 이름을 얻고, 결국 거대한 연구 조직의 수장으로 스카우트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가장 아름다운 경로인 동시에 확률이 매우 낮은 경로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내 연구 능력이 그 정도로 희소하지는 않다. 나는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고 꽤 높은 곳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만으로 넓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려면 백만 명 중 한 명에 가까운 성취가 필요하다. 그것을 유일한 브랜딩 전략으로 삼을 수는 없다.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 이름을 얻는 길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나는 한국인 이민자이고, 실리콘밸리의 조직 정치에서 힘을 주는 강한 인종적 공동체나 학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다. 포스텍은 좋은 학교지만 Google 안에서 나를 자동으로 위로 끌어주는 이름은 아니다. 좋은 연구자나 엔지니어로 살아남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미국 본사에서 VP까지 올라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그래서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우회로가 Google Research Korea의 신설이다. 미국에서 VP가 된 뒤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Google의 시스템 연구 조직에서 경력을 쌓다가 승진의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무대를 한국으로 틀어버리는 것이다. 한국의 하드웨어 산업과 Google의 시스템 연구를 HW–SW co-optimization이라는 명분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한국 연구 조직을 만들어 그 책임자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약점이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네트워크가 이 경로에서는 오히려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회사가 새로운 국가에 연구 조직을 만들도록 설득해야 하는 만큼 확률이 낮다. 연구만으로든 회사의 직급으로든, 본업 하나에 사회적 인정의 가능성을 전부 걸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가장 확률이 높은 방향은 본업만으로 이름을 얻기를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연구자로서의 경력은 계속 쌓되, 한국에서의 대중적 브랜드를 별도의 경로로 만드는 것이다. 그 수단으로는 유튜브가 가장 적합해 보인다.

내게는 연구 능력과 다른 종류의 장점이 있다. 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편이고, 실제로 풀어낼 이야기도 많다. 과학고에 입학하자마자 자퇴를 권유받았지만 기어코 조기진학을 했고, 대학원에서는 교수님에게 숱하게 많은 힐난을 들었다. 수많은 고통을 견딘 끝에 지금의 자리에 왔다.

근본적으로 내가 그다지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늘 쉽게 통과하지 못했다. 능력으로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없으니 고통을 받으면서 버텨야 했고, 그 과정에서 특별하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쌓였다. 천재가 압도적인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계속 깨지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쉽게 해결할 수 없었던 만큼, 매번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나 자신에게 설명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복잡한 상황의 인과관계를 정리하고 남이 알아들을 수 있게 풀어내는 능력도 늘었다. 이 경험과 설명 능력은 연구 실적과는 다른 종류의 희소성이다. 여기에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과 무엇이든 오래 생각하는 성향을 섞으면, 유튜브는 내가 가진 장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목표는 광고 수익이 아니다. 미국에서 연구하거나 일하는 동안 한국에서 내 이름과 생각을 미리 알리고, 나중에 교수·기업의 리더·투자자·창업가 중 무엇이 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신뢰를 쌓는 것이다. 성공하면 경제적 기회도 따라오겠지만, 일차적인 목적은 사회적 인정과 선택지의 확대다. 그러므로 영어권의 거대한 시장보다 우선은 한국어 채널이 맞다.

채널 이름은 재현설 정도가 먼저 떠오른다. 재현의 썰이면서 재현의 설(說)이기도 하고, 지나간 일을 다시 재현한다는 뜻도 담을 수 있다. 아직 확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떠오르는 영상은 다음과 같다.

내 이야기:

  • 과학고에 입학하자마자 자퇴를 권유받은 썰
  • 과학고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전쟁을 선포한 썰
  • 자퇴 권유를 받고도 기어코 조기진학한 썰
  • 왜 나는 포스텍을 선택했는가
  • 대학원에서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말을 들은 썰
  • 박사과정에서 겪은 가장 기상천외한 억까

선택과 생각:

  • 왜 우리는 선택에 실패하는가
  • 좋은 선택을 하려면 무엇을 비교해야 하는가
  •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 창업과 투자 중 무엇이 나에게 더 맞는가

기술, 돈, 사람:

  • 구글이 이길까, OpenAI가 이길까
  • 구글은 왜 TPU를 만들었을까
  • 좋은 기술은 누가 사는가?
  • 왜 SQL이 승리했을까
  • 왜 PostgreSQL이 승리했을까
  • Google China는 왜 생겨났고 왜 사라졌을까

형식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혼자 카메라 앞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풀고, 그 경험에서 얻은 생각까지 연결하면 된다. 기술 이야기도 강의처럼 가르치기보다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돈과 사람의 문제에 연결하는 편이 좋다. 기술 자체보다 왜 어떤 기술이 승리했고, 그 뒤에서 어떤 사람과 조직이 움직였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일종의 기술 정치 이야기다.

처음부터 주제를 하나로 좁힐 필요도 없다. 이 채널의 일관성은 과학고 썰, 진로 이야기, 기술 분석이라는 개별 주제가 아니라 내가 경험한 것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