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칩 회사의 모순
독립 칩 회사의 본질적인 모순은 칩을 팔기 위해 칩 이상의 모든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고객이 사는 것은 칩의 성능이 아니라, 그 칩을 앞으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기 때문이다.
성능과 가격은 시작에 불과하다. 고객은 기존 모델이 그대로 실행되는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바꿔야 하는지, 물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 장애가 나면 누가 해결하는지, 다음 세대도 제때 나오는지를 함께 본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은 부품이 아니라 지속되는 시스템이다.
이 간극을 메우려면 컴파일러와 런타임, 서빙, 운영 도구, 기술 지원까지 직접 만들어야 한다. 독립 칩 회사는 점차 칩 회사가 아니라 인프라 회사가 된다.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도입을 쉽게 만들수록 개발 범위와 자본 부담은 커진다. 완성된 플랫폼에 가까워질수록 이미 플랫폼을 가진 거대한 기업과 정면으로 경쟁하게 된다.
반대로 칩에만 집중하면 기술적 차별성은 선명해지지만, 고객이 감당해야 할 전환 비용이 커진다. 좋은 칩이 반드시 팔리는 칩은 아닌 이유다.
따라서 범용 시장 전체를 처음부터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 특정한 작업에서 기존 선택지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거나 빠르며, 그 차이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고객부터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고객에게 드러나지 않는 편이 좋다. 고객이 바꾸어야 할 것은 최소화하고, 얻는 경제적 가치는 분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첫 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의 재구매다. 고객이 한 번 시험한 칩이 아니라, 계속 선택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독립 칩 회사의 전략은 더 좋은 칩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좁은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칩을 만들고, 그 칩의 낯섦은 숨기며, 고객이 믿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