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흐름 그래프
돈은 장부 위의 숫자이고, 경제는 그 숫자가 장부 사이를 이동하는 그래프다.
개인과 기업, 은행과 정부는 각자의 장부를 가지고 있다. 임금과 소비, 세금과 대출, 이자와 투자가 발생할 때마다 숫자는 하나의 장부에서 다른 장부로 이동한다.
돈은 결국 사람을 향하지만 사람에게만 머물지는 않는다. 기업은 돈을 보유하고 투자하며, 구성원이 바뀌어도 계속해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경제를 이해하려면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과 은행, 정부의 장부를 독립적인 노드로 보아야 한다.
돈은 그래프 위에서 끊임없이 흐른다. 개인이 기업에서 받은 임금을 다른 기업에서 소비하고, 그 기업은 받은 돈으로 직원과 공급자에게 지불한다. 공급자는 다시 다른 기업에서 물건을 사고, 남은 돈은 세금과 이자, 배당의 형태로 이동한다.
모든 노드가 같은 양의 돈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에는 잠시 많은 돈이 통과하지만 거의 남지 않고, 어떤 곳에는 전체 흐름의 작은 일부만 들어와도 많은 돈이 쌓인다.
매출은 들어오는 흐름이고, 이익은 그중 내 장부에 남는 부분이다.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와도 공급자와 직원, 임대인과 채권자에게 대부분을 내보내야 한다면 기업에 남는 돈은 적다.
사업은 교환 가능성이 이동하는 그래프 위에서, 반복되는 흐름의 일부가 내 장부에 남도록 만드는 구조다.
1억 원을 벌기 위해 반드시 1억 명에게 1원을 받을 필요는 없다. 100명에게 100만 원을 받을 수도 있고, 10개 기업에 1,000만 원을 받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수가 아니라 어떤 흐름에서 얼마를, 얼마나 자주, 얼마의 비용으로 가져올 수 있는가다.
Visa는 결제되는 돈 전체를 갖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와 상점 사이의 거대한 흐름이 지나갈 때마다 아주 작은 일부를 가져간다. 가져가는 비율은 작지만 흐름이 크고 거래가 반복된다.
NVIDIA는 AI에 투자되는 돈의 중요한 병목을 차지했다. AI를 개발하려는 기업은 연산 자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NVIDIA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거쳐야 했다. NVIDIA는 단순히 반도체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커지는 자본의 흐름에서 우회하기 어려운 지점을 차지했다.
Google은 사람의 관심과 기업의 광고비가 만나는 지점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정보를 찾기 위해 Google을 사용하고, 기업은 그 사람들에게 도달하기 위해 Google에 돈을 지불한다. Google은 두 집단 사이의 관계를 만들고 그 흐름의 일부를 가져간다.
돈이 많이 흐르는 곳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흐름이 반드시 나를 거쳐야 하고, 내가 가져오는 데 드는 비용이 낮으며, 다른 경로로 쉽게 우회할 수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흐름을 단순히 막기만 해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내가 가져가는 돈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사람들은 다른 경로를 찾는다. 어떤 병목이 가져가는 몫이 커질수록 고객은 우회로를 만들 유인을 얻는다. Google이 자체 TPU를 구축한 것도 외부 가속기에 대한 비용과 의존을 줄이고 연산의 흐름을 내부화한 사례다.
좋은 사업은 흐름을 빼앗는 구조가 아니라 흐름을 더 크게 만들고 그중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다. 고객이 지불한 돈보다 더 큰 비용을 절약하거나 더 많은 매출을 얻을 수 있다면, 기업이 가져가는 몫에도 정당성이 생긴다.
사업의 크기는 결국 흐름의 크기, 가져가는 비율, 반복되는 횟수와 그 구조가 유지되는 시간으로 결정된다. 좋은 사업은 크고 반복되는 흐름 위에서, 높은 비율을 낮은 비용으로 오랫동안 가져간다.
투자는 그런 지점을 이미 차지한 기업의 소유권을 사는 일이다. 앞으로 어떤 돈의 흐름이 커질 것인지, 그 흐름에서 누가 가장 많은 몫을 가져갈 것인지, 그리고 그 위치를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결국 사업은 무엇을 파느냐의 문제이기 이전에 어디에 위치하느냐의 문제다. 돈이 흐르는 그래프에서 반복되는 흐름이 지나가고, 그 일부가 계속해서 내 장부에 남는 지점을 차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