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패턴

여러 사업을 보다 보면 서로 전혀 달라 보이던 회사들도 한 단계 추상화했을 때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자체가 그렇게 빠르게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오래전부터 소통하고 싶었고, 정보를 알고 싶었으며, 거래하고 싶었고, 일을 덜 하고 싶었다.

소통하고 싶다    → 편지 → 전화 → 메신저 → SNS
정보를 알고 싶다 → 도서관 → 검색엔진 → AI
거래하고 싶다    → 현금 → 카드 → Stripe
일을 덜 하고 싶다 → 도구 → 소프트웨어 → 에이전트

달라지는 것은 수요가 아니라 그것을 충족하는 형태·비용·속도·빈도다.

새로운 기술은 보통 세 가지 변화를 만든다.

  1. 기존 수요를 훨씬 싸게 충족시킨다.
  2. 불편과 비용 때문에 억눌려 있던 잠재 수요를 폭발시킨다.
  3. 늘어난 활동 위에 새로운 공급 구조와 병목을 만든다.

AI 역시 완전히 새로운 욕망을 발명한 것은 아니다.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오래된 욕망을 에이전트 호출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있다. 생산 비용이 급격히 내려가면 생산량이 늘어나고, 희소한 것은 실행 능력에서 판단과 신뢰로 이동한다.

그래서 기술을 볼 때 기능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 기술은 어떤 오래된 인간의 수요를 새로운 방식으로 충족시키며, 그 과정에서 무엇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가?

사업 모델도 비슷하다. 기술이 인터페이스를 바꾸더라도 돈을 버는 구조는 구독, 거래 중개, 광고, 묶음 판매처럼 이미 존재하던 패턴의 재조합인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전에 없던 이름을 붙이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옮겨 놓은 병목에 기존 패턴을 정확히 적용하는 일이다.

다만 성공 사례에서 패턴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공한 기업은 모든 선택이 현명해 보이고, 실패한 기업은 모든 선택이 잘못되어 보인다. 같은 특징을 가졌지만 사라진 회사까지 함께 보지 않으면 상관관계를 원인으로 착각하기 쉽다.

지금까지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 인간의 근본 수요는 기술보다 오래간다.
  • 기술은 수요를 만드는 것보다 행동의 비용과 빈도를 바꾼다.
  • 큰 기회는 활동이 폭증한 뒤 새로 생기는 병목에 있다.
  • 사업 모델의 패턴과 지속 가능한 해자는 별개의 문제다.
  • 성공의 공통점만큼 실패의 반복 경로도 함께 봐야 한다.

읽어볼 책

  1. The Business Model Navigator — 350개 기업을 바탕으로 사업 모델 혁신의 대부분이 기존 개념의 재조합임을 보이고, 이를 55개 패턴으로 정리한다. 지금의 직관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계화한 책이다.
  2. The Halo Effect — 성공한 기업을 사후적으로 해석하며 원인과 결과를 뒤섞는 오류를 경계한다. 패턴을 찾되 이야기에 속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3. 7 Powers — 좋은 사업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우위가 되는지를 설명한다. 반복 가능한 사업 모델과 복제하기 어려운 해자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4. Why Startups Fail — 창업 실패를 개인의 무능으로 환원하지 않고 반복되는 실패 경로로 분석한다. 성공 사례만 보는 편향을 보완한다.
  5. Good Strategy/Bad Strategy — 전략을 핵심 문제의 진단과 집중된 대응으로 되돌린다. 발견한 병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요하다.

읽는 순서는 The Business Model Navigator, The Halo Effect, 7 Powers, Why Startups Fail, Good Strategy/Bad Strategy로 잡았다. 패턴을 배우고, 분석의 오류를 경계하고, 해자와 실패를 이해한 뒤, 마지막에 전략으로 압축하는 순서다.

결국 새 기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미래의 인간을 상상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변하지 않는 인간이 새로운 도구를 얻었을 때 무엇을 훨씬 더 자주 하게 되는지 보는 일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