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남아 있기
나는 가장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 길보다, 게임에서 퇴장하지 않고 오래 복리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다.
높은 수익률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 수익률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자본을 잃거나, 하락장에서 주식을 팔아야 한다면 복리는 중단된다.
그러므로 투자의 첫 번째 목표는 최대 수익률이 아니다. 계속 투자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폭락이 언제 올지, 어떤 산업이 몇 년 뒤 시장을 지배할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것을 맞히는 대신 미국의 생산성과 혁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자본을 맡긴다.
물론 미국이 앞으로도 가장 강한 시장일 것이라는 판단은 진리가 아니다. 그래서 일부 자본은 미국 밖의 시장에 둔다. 미국을 완전히 헷지할 수는 없지만, 미국에 대한 집중을 조금은 완화할 수 있다.
내 투자 자산은 네 부분으로 나눈다.
- 미국 인덱스 70% — 부를 축적하는 중심
- 미국 외 인덱스 10% — 미국에 대한 집중을 일부 완화하는 자본
- 현금과 단기 국채 10% — 하락장에서도 계획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
- 직접투자 10% — 나의 판단을 검증하기 위한 자본
80%는 시장에 맡기고, 10%는 나를 시험하며, 10%는 기다릴 권리를 산다.
이 구조가 손실을 막아주지는 않는다. 인덱스와 직접투자를 합치면 전체 투자 자산의 90%가 위험자산이다. 시장과 개별 종목이 함께 하락한다면 전체 투자 자산이 일시적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도 있다.
나는 그 가능성을 투자하기 전에 받아들인다. 위험은 미래에 갑자기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미리 감당하기로 한 대가다.
이 위험을 예측이나 옵션으로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 하락을 피하려다 시장에서 이탈하는 위험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하락이 와도 팔지 않을 수 있도록 삶과 포트폴리오를 함께 설계한다.
투자 자산과 별도로 생활비 1년치를 보유한다. 3년 안에 사용할 돈은 주식에 넣지 않는다.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시장이 하락해도 팔지 않고, 소득이 계속되는 한 매수를 이어간다.
별도로 보유한 생활비는 강제 매도를 막는다. 포트폴리오 안의 현금과 단기 국채는 하락장에서 부족해진 자산을 매수하고, 정해둔 계획을 유지할 여유를 제공한다.
비중은 1년에 한 번 점검한다. 새로운 투자금은 목표보다 부족한 자산부터 채운다. 시장의 움직임에 반응해 계획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움직임으로 흐트러진 계획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직접투자는 중심 전략이 아니라 제한된 실험이다. 나는 기술 산업을 공부하고 기업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 다른 판단이 생긴다면, 일부 자본을 걸어 그 판단이 실제로 유효한지 확인한다.
그러나 강한 확신이 큰 비중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잘 모르는 사람도 확신할 수 있고, 깊이 이해하는 사람도 틀릴 수 있다. 그래서 직접투자는 목표 10%, 절대 상한 15%로 제한한다. 15%를 넘으면 초과분을 인덱스로 옮기고, 안전자산을 직접투자로 전환하지 않는다.
단일 종목에는 전체 투자 자산의 3% 이상을 넣지 않는다. 이해하는 산업에만 투자하고, 매수하기 전에 투자 논리와 그 논리가 틀렸음을 인정할 조건을 기록한다. 레버리지와 옵션, 공매도는 사용하지 않는다.
몇 번의 성공만으로 비중을 늘리지도 않는다.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인덱스를 이겼다는 증거가 생기기 전까지 직접투자는 실험으로 남는다. 통찰이 맞았다면 그 증거가 쌓일 것이고, 틀렸다면 제한된 비용으로 배울 수 있다.
투자 원칙은 무엇을 살지 정하는 일만이 아니다. 탐욕과 공포 속에서도 내가 장기적인 계획을 망치지 않도록 행동의 경계를 미리 정하는 일이다.
시장은 통제할 수 없다. 수익률도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산의 배분, 감당하는 위험의 크기, 그리고 하락장에서의 행동뿐이다.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은 운이 필요하다.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 살아남아 복리가 작동할 시간을 주고, 한 번의 판단으로 게임에서 퇴장하지 않는다면 부자가 될 확률은 높일 수 있다.
위험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감당할 위험을 미리 정하고, 그 위험이 나를 게임에서 퇴장시키지 못하도록 설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