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부족한 도메인

내게 부족한 것은 Customer Domain이다.

내게는 Technology Domain이 있다. 데이터 시스템을 오래 연구했고, 무엇을 만들 수 있으며 무엇이 기술적으로 어려운지는 비교적 잘 안다.

그러나 그 기술이 누구의 어떤 문제와 연결되는지는 아직 선명하지 않다. 정확히는 내가 깊게 파온 기술과 직접 이어지는 고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베이스와 AI 인프라는 대개 제품 아래에 숨어 있다. 대중들은 그것을 직접 보거나 구매하지 않는다. 그 위에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할 뿐이다.

따라서 기술과 고객 사이에는 긴 거리가 생긴다. 이 거리를 연결하려면 제품뿐 아니라 데이터, 컴퓨팅 자원, 자본, 유통과 기존 고객이 필요하다. 내가 연구하는 기술이 주로 빅테크를 통해 현실에 구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은 하나의 트레이드오프일 수 있다.

기술이 어렵고 깊을수록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적어진다. 충분한 규모를 가진 조직은 그 희소한 능력에 높은 보상을 지불한다. 나는 조직 안에서 기술에 더욱 집중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기술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왜 필요한지를 직접 마주할 기회는 줄어든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것과 Customer Domain을 이해하는 것은 같은 능력의 결과가 아닐 수 있다. 전자는 희소한 기술을 깊게 이해한 대가이고, 후자는 특정한 사람들의 문제와 행동, 지불 의사를 오래 관찰한 결과에 가깝다.

둘 중 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세계에서 얻어지는 능력이다.

Customer     왜 필요한가
Product      무엇을 제공하는가
Technology   어떻게 만드는가

나는 오랫동안 마지막 질문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어떤 기회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기술은 수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중 무엇이 실제 가치가 되는지는 고객의 현실 속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기회를 보고,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Technology Domain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술 밖으로 나가 특정한 사람들의 문제와 욕망, 행동과 돈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